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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쌍둥이와 함께

Episode 0: 육아 휴직을 위한 사전 작업 (D-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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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2년만에 아기를 얻었다. 그것도 쌍둥이로! 

 

임신과 관련하여 부부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쌍둥이였기에 시험관을 거치지 않고 이란성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하늘이 내려준 완벽한 결과였다. 이전에 인공수정은 한 번 실패했었기에 놀라운 부분도 있었지만, 인공수정을 위해 병원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성공할 것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았었다.

 

희박한 확률의 쌍둥이 임신을 위해 부인은 배란 촉진제를 먹으면서 주사를 스스로 놓아야했다. 이로인해 발생한 호르몬 불균형은 그녀를 힘들게했고, 그 모습을 보면서 이번 임신이 마지막일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다짐하고 있던 참이었다. 

 

어쨌거나 이제 나는 육아휴직을 위한 사전 작업을 시작해야 했다. 이 시기가 출산까지 8개월남은 시점이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한국 사회에서 남자 직원이 육아휴직을 가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다행히도 우리 회사는 직원에 대한 금전적인 보상이 적지만, 무급 휴직에 대해서는 관대한 편이라고 들었다. 하지만 창립이래로 남자가 육아휴직을 간 사례는 세 손가락 안에 꼽는다는 이야기를 사전 조사를 통해 확인했고, 나름의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했다. 

 

사실 전략적인 접근이 뭐가 그렇게 중요하겠는가, 그저 내가 육아휴직을 갈 것이라는 것을 넌지시 말하고 다니고 윗사람들에게 내 연차에 맞는 롤에 부합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조직을 위해 희생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행히도 이 시점에 모두가 가기 싫어하는 장기 출장이 하나 있어서..부인의 동의를 구하고 다녀오게 되었다. 가기전에 내가 팀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라고 충분히 생색을 내고 다녔고, 출장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이 회사는 대표가 모든 업무에 오만 참견을 다 하는데 대표 보고까지 문제없이 완료할 수 있었다. 팀장님이야 당연히 내 육아 휴직에 동의했지만, 문제는 이사님들이었다. 카리스마 넘치는 분들이라 접근이 쉽지 않았는데, 그래도 이 회사에서 여러 사건사고를 몇년에 걸쳐 함께 겪었기 때문일까 큰 이견 없이 그냥 넘겨주셨다. 

 

내가 잘한것도 있겠지만, 냉정하게 주변을 돌아보즈면 우리 회사는 나 정도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지원하지 않는 상황이다. 동일 산업의 회사들과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하며, 금전적인 보상이 적고, 업무 환경도 나쁜편이다. 그렇기에 직원의 퇴사보다는 휴직이 당연히 나은 상황이고, 나는 이런 상황 속에서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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