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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내 맘대로 이야기

김연경과 샐러리캡, 그리고 배구협회



직전 연도 130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던 세계 최고 선수가 자국 리그로 복귀하며 30만 달러 정도의 연봉을 받게 됐다. 

연봉 16억원 썰에 대한 김연경의 화답

해외 진출과정에서 대한민국 프로 배구사에 여러모로 커다란 족적을 남기며 페네르바체로 떠났던 김연경이 첫 소속팀이었던 흥국생명으로 돌아오며 1년 계약에 3억 5천만원의 연봉을 발표했다. 김연경의 낮은 연봉은 흥국생명에서 샐러리캡 최대치로 연봉을 계약할 경우 세 명의 선수가 팀과 계약을 할 수 없었기에 김연경이 희생한 것으로 이야기가 되었지만, 이재영과 이다영이라는 FA 대어를 모두 잡은 흥국생명의 샐러리캡이 최대치에 도달해 있었기 때문이다.  

 

김연경은 해외로 진출할 때도, 그리고 복귀할 때도 프로배구연맹과 협회에게 숙제를 내주는 듯 하다. 

 

 

한국 배구연맹은 그간의 행적으로 바라보건데, 꽤나 고루하고 낡은 조직이며 여자 배구보다는 남자 배구의 인기에 더 신경 써오긴 했다. 물론 남자 배구의 인기에 신경 쓸만한 이유는 충분했다. V리그라는 이름으로 창설된 프로화 이후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의 라이벌리는 삼성화재 독주 이후 인기가 식은 배구장에 뜨거운 열기를 가져오며 배구를 겨울 스포츠의 중심으로 서서히 이끌었고, 연맹은 이 열기를 더 키우는 데 집중했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기 상승과는 별개로 김연경 이적 파동은 배구연맹과 협회가 국제적인 마인드 없이 근시안적으로 구단의 이익만을 위해 행동하다가 제대로 망신을 당한 사례였다. 국제 레벨의 선수를 배구 연맹과 협회가 로컬 룰 안에서는 컨트롤 하지 못했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도달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물론 이후 정비를 했으나, 여전히 현재 상황과 맞지 않는 모습이 보이곤 한다. 

 

 

배구연맹과 협회의 낡은 인식은 2012년 런던올림픽과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을 거쳐 최고 인기 겨울 스포츠로 인정받는 현재의 여자배구 현실과 여전히 꽤 달라보인다. 리그의 낮은 샐러리캡(2019년 기준 14억)으로 인해 간판선수들의 뒷돈 루머가 무성한 것에 비해, 올해부터 적용되는 샐러리캡(2020년 기준, 옵션 포함 23억)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사실 이번 이적 시장에 국가대표 주전인 이재영, 이다영이 FA로 풀리지 않았다면 샐러리캡이 이만큼도 올라가지 않았을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그리고 김연경의 3억 5천은 이 샐러리캡에서 기인한다. 

 

또한, 올라간 배구 인기와 실력에 어울리는 외국인 선수는 필요하지만, 여전히 협회는 낮은 연봉의 용병 트라이아웃을 고수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선수들이 영상 제출등으로 진행되어 자유롭긴 했지만, 예년에는 유럽 리그 기간 도중에 미국에서 트라이아웃이 열려 능력 있는 많은 선수들이 참석하지 못했고, 16만 달러라는 상대적으로 낮은 연봉으로 인해 더더욱 외면을 받도록 스스로 조장하기도 했다. 외국인 선수들은 이재영 연봉의 약 30% 수준으로 엄청난 체력 고갈을 1년 동안 감내해야 한다. 외국인 선수들도 이 현실을 잘 알기에 커리어 정점의 선수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지금과 같은 현실에는 MLS에서 시행했던 팀 당 한 명의 선수는 샐러리캡의 적용을 받지않는 베컴 룰이나 NBA의 다양한 샐러리캡 룰을 활용하여 리그에 맞게 효율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해 보인다. 여자 배구는 지난 세 시즌 동안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그 파이를 조절할 수 있는 변화가 시급해 보인다. 

 

배구 구단을 운영하는 모기업에서는 이제 여자 배구의 인기를 인지하고 그룹 내 스포츠 관련 인재들을 여자 배구에 투입하려고 하거나 이미 투입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연맹과 협회도 프로리그 제도 정비와 학원 스포츠 관리를 통해 조금 더 외연을 넓히고 내실을 다지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